이 그림에서 두 사람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완전히 따로다. 여자는 무표정하게 허공을 보고, 남자는 옆을 향한다. 앞에 음료가 있는데 마시지도 않는다. 처음 봤을 때 이 그림이 주는 무거운 공기가 뭔지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이건 '고독'의 그림이 아니라 '단절'의 그림이다.


▲ George Moore (1852–1933) at the Café (1878 or 1879) — Edouard Manet

▲ The Japanese Robe (ca. 1872) — Alfred Stevens
▲ Fan Mount: The Ballet (1879) — Edgar Degas
▲ George Moore (1852–1933) at the Café (1878 or 1879) — Edouard Manet
▲ The Japanese Robe (ca. 1872) — Alfred Stevens
▲ Fan Mount: The Ballet (1879) — Edgar Degas
▲ Dancer with a Fan (ca. 1880) — Edgar Degas
▲ The Dance Class (1874) — Edgar Degas
▲ Dancers Practicing at the Barre (1877) — Edgar Degas
▲ The Rehearsal of the Ballet Onstage (ca. 1874) — Edgar Degas
목차
1. 카페, 현대 도시의 풍경
2. 두 사람은 누구인가
3. 드가의 시선법
4. 압생트라는 술
5. 관련 글
1. 카페, 현대 도시의 풍경
에드가 드가, 〈압생트(카페에서)〉, 1876년, 유화, 92×68.5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Public Domain)
〈압생트(L'Absinthe)〉는 1876년 작품이다. 배경은 파리의 카페 누벨 아테네. 드가는 실제 지인들을 모델로 기용했다. 배우 엘렌 앙드레와 화가 마르셀랭 데부탱.
19세기 파리는 산업화와 함께 급격히 팽창했다. 수백만 명이 도시로 몰려들었고, 카페는 가장 대중적인 공공 공간이 됐다. 혼자도, 둘이도, 무리 지어도 앉을 수 있는 곳. 그러나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은 더 고립됐다.
드가는 그 모순을 이 두 사람에게 담았다.
2. 두 사람은 누구인가
여자는 압생트 잔 앞에 앉아 있다. 눈은 초점 없이 어딘가를 향하고, 어깨는 약간 굽어 있다. 지친 것인지, 취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공허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옆의 남자는 파이프를 들고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함께 있지만 각자 다른 세계에 있다.
이 그림이 1876년에 전시됐을 때 관람자들은 크게 두 반응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이것은 파리의 타락을 보여주는 경고화다." 다른 하나는 "이것은 도시인의 일상적 초상이다."
흥미롭게도 모델이었던 엘렌 앙드레는 나중에 "우리는 그냥 포즈를 취했을 뿐, 실제로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모델은 연기했고, 드가는 그 연기 속에서 진실을 잡아냈다.
3. 드가의 시선법
에드가 드가(1834~1917)는 인상주의 그룹과 활동했지만 본질적으로 독립적인 화가였다. 모네가 빛을 쫓았다면, 드가는 움직임과 순간을 포착했다.
그는 발레리나 그림으로 유명하지만, 카페·세탁소·경마장 등 파리 일상의 다양한 장면을 그렸다. 공통점은 '사람을 몰래 찍은 것 같은' 구도다. 화면이 비스듬히 잘리고, 인물이 화면 밖으로 걸어나갈 것처럼 배치된다.
이 시선법은 당시 유행하던 사진 기술과 일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가는 "예술가는 자연을 복사하지 않는다. 자연을 번역한다"고 했다.
4. 압생트라는 술
압생트(Absinthe)는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초록빛 독주다. 알코올 도수가 45~74%에 달했고, 환각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는 쑥(wormwood) 성분이 들어가 쓴맛이 강하고 색이 독특했다.
당시 파리 노동자와 보헤미안 예술가들 사이에 급속히 퍼졌고, '초록 요정(La Fée Verte)'이라 불렸다. 고흐도 애음했고, 랭보, 보들레르도 마찬가지였다. 1915년 프랑스에서 금지됐다가 1990년대에 다시 허용됐다.
드가의 그림 속 초록빛 음료가 바로 그 압생트다. 그 술 한 잔이, 두 사람 사이의 공허보다 더 선명하게 빛난다.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관련 글
- [고흐의 자화상. 고독과 광기 사이](/2)
- [모네의 수련. 노년의 빛](/관련링크)
-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 파리의 행복](/관련링크)
6. 압생트. 당시 파리의 음료
압생트(absinthe)는 19세기 말 파리에서 유행한 독주다. 쑥을 주원료로 만든 초록빛 술로, 알코올 도수가 매우 높았다. 당시 압생트는 사회 문제가 됐다. 폴 베를렌느, 아르튀르 랭보, 오스카 와일드,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이 모두 압생트 중독으로 알려진 예술가들이었다.
압생트를 마시는 카페 장면은 당시 도시 문화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게 됐다. 그림 속 여성 앞에 있는 불투명한 연노란빛 음료가 압생트다. 아침 일찍부터, 또는 하루 종일 카페에 앉아 술을 마시는 것. 이것이 당시 파리 하층민들의 삶의 한 단면이었다.
드가는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실제 카페에서 모델을 세웠다. 여성 모델은 당시 드가와 교류가 있던 여배우 엘렌 앙드레였고, 남성은 판화가 마르슬랭 데부탱이었다. 하지만 그림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모르는 사람처럼 앉아 있다.
7. 아무도 서로를 보지 않는다
드가의 〈압생트〉에서 두 인물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지만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 여성은 공허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본다. 남성은 옆을 향한다. 두 사람 사이에 시선이 교환되지 않는다. 말도 없다. 음료도 마시지 않는다. 그냥 앉아 있다.
이 단절이 그림의 핵심이다. 도시 생활의 고독. 사람들로 가득 찬 카페 안에서 혼자인 것. 산업화 이후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이 경험한 새로운 종류의 고독이다. 공동체가 해체되고 익명의 군중이 된 도시인들. 서로 닿을 수 없는 사람들.
인상주의 동료들이 빛과 색채와 즐거움을 그렸다면, 드가는 도시 생활의 그늘을 봤다.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와 같은 시기 같은 파리인데, 그 차이가 크다. 르누아르는 춤추는 사람들을 봤고, 드가는 홀로 앉아 허공을 바라보는 사람을 봤다. 어느 것이 더 진실인가의 문제는 아니다. 파리에는 둘 다 있었다.
8. 드가의 구도 혁신
드가는 사진에서 영향을 받은 화가였다. 사진의 무작위한 절단, 프레임 밖으로 사라지는 인물, 예상치 못한 각도. 이것들을 회화에 적용했다. 〈압생트〉에서 두 인물은 화면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 왼쪽에는 테이블들만 있다. 고전적 구도라면 인물을 화면 중앙에 배치했을 것이다.
이 비중심적 구도가 그림의 소외감을 강화한다. 두 인물은 공간의 주인이 아니다. 가장자리에 밀려나 있다. 카페의 테이블들이 전경을 점령하고, 인물들은 그 뒤에 있다. 이 배치가 그들이 이 공간에서 얼마나 부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드가는 이 그림을 앤글로(비스듬한) 시점으로 그렸다. 정면이 아니다. 마치 우연히 옆 테이블에서 보게 된 것처럼. 이 시점이 그림에 도촬 같은 현실감을 준다.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실제 카페에서 포착한 순간처럼 보이게 한다.
9. 이 그림의 당시 반응
〈압생트〉는 1876년 인상주의 전시에 처음 출품됐다. 당시 제목은 〈카페에서〉였다. 반응은 냉담했다. 주정뱅이들을 그린 그림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1893년 런던 전시에서 〈압생트〉라는 제목으로 다시 나왔을 때 영국 언론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프랑스의 타락을 보여주는 그림"이라는 비판과 "당대 도시 생활의 진실을 담은 걸작"이라는 찬사가 동시에 나왔다.
이 논쟁이 그림의 가치를 올렸다. 사람들이 보러 왔고, 이야기했다. 작품이 불편함을 만들어낼 때 그것이 예술적 힘의 표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압생트〉가 그런 경우다. 편안한 그림이었다면 오래 기억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이 그림 앞에 서면 그 두 사람의 공허함이 전달된다. 130년 전 파리의 카페에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두 사람.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순간의 공기는 캔버스 안에 그대로 있다.
8. 드가가 포착한 파리의 고독
드가는 파리의 현대성을 그렸다. 발레리나, 경마장, 카페, 목욕하는 여성들. 그것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것은 관찰의 시선이다. 드가의 인물들은 카메라가 포착한 것처럼 우연한 자세와 순간을 하고 있다. 포즈를 취하지 않는다. 그냥 있다.
〈압생트〉의 두 인물도 그렇다. 그들은 화면 밖을 바라보거나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 각자의 세계에 갇혀 있다. 이것이 현대 도시의 고독이다. 수백만 명이 모여 사는 파리에서 인간은 더 외로웠다. 드가는 그것을 봤다.
압생트는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독주였다. 쑥과 여러 식물을 증류한 독특한 맛의 초록빛 술.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유행했다. 하지만 알코올 함량이 높고 환각 증세를 유발한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결국 1915년 프랑스에서 금지됐다. 드가의 그림은 그 시대의 기록이기도 하다.
9. 드가의 여성 그림에 대한 논쟁
드가의 여성 누드화들, 특히 목욕하는 여성 시리즈는 논쟁적이다. 숨어서 관찰하는 듯한 시점, 여성이 자신이 보이는지 모르는 것 같은 구도. 드가는 "마치 열쇠 구멍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것이 관음증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반론도 있다. 당시 학술 누드화는 여성을 이상화하고 포즈를 취하게 했다. 드가는 그것을 거부했다. 일상적인 몸의 움직임, 피곤함, 구부러진 자세. 이것이 더 존중적이라는 것이다. 여성을 장식이 아니라 실제 몸을 가진 존재로 그렸다는 것.
어느 해석이 맞는지는 쉽게 결론 낼 수 없다. 드가는 평생 독신이었고 여성과의 관계가 복잡했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의 여성 그림은 여전히 오르세 미술관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것들이다. 아름답고 동시에 불편하다. 그것이 예술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방식이다.